기획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그림의 떡'…과거 기준이 발목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엄격한 급여 기준이 중증 이상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박탈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상 현장에서는 초기~중등도 환자로 제한된 보험 기준이 과거 임상을 기준으로 설정된 까닭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반영한 보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 현 급여의 문제점과 개선안, 그리고 보험 확대의 근거가 될 최근의 연구 결과를 짚었다. -편집자 주
과거 임상에 발목 잡힌 피르페니돈 급여 기준
피르페니돈 치료제, 합리적 급여 기준 변경안은
호흡기 내과 A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진단을 내릴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5년내 50%에 달하는 사망률 때문이 아니다.
폐섬유화증 치료제(성분명 피르페니돈)의 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정작 IPF로 진단해 놓고도 약을 처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A 교수가 진단한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중 1/3 가량은 보험 적용이 안 됐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까다로운 보험 적용 기준이 환자들의 상태 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증 및 중등도의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현행 보험 기준은 다음과 같다.
-폐기능검사 상 노력성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 50% 이상
-일산화탄소확산능력(Carbon monoxide diffusing capacity, DLco) 35%이상
-6분 보행검사 시 150m 이상 보행 가능
보험에 적용되기 위해선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도 어렵지만 정작 문제는 기준에서 제시된 범위가 과연 적합한지 여부다.
폐기능검사 상 노력성 폐활량 검사는 환자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만큼의 호흡할 수 있는지를 체크한다. 코를 막고 입으로만 호흡하도록 해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호흡량으로 검출하는데, 이 기능이 50% 이상이 돼야만 보험 기준에 적용이 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폐 기능이 떨어져 노력성 폐활량이 50% 미만인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뜻. 쉽게 말해 증상이 중증 이상인 환자는 보험에서 제외된다.
급여 기준
일산화탄소확산 능력 또한 경증~중등도로만 설정됐다. 호흡기능 검사법의 하나인 일산화탄소확산 능력 검사는 폐의 산소운반기능을 조사하기 위해 일산화탄소를 사용한다. 보통 80% 이상을 정상을 간주한다. 보험 적용 기준은 35% 이상으로 이 기준에서 상태가 더 나쁜 중증 환자는 보험에서 제외된다.
6분 보행검사 시 150m 이상 보행이 가능하다는 조건 역시 중증의 폐섬유화증 환자가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기준이 이렇게 설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삼성서울병원 정만표 교수는 "폐섬유화증에 사용되는 피르페니돈 성분은 사실상 치료제라기 보다는 약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지연하는 역할을 한다"며 "보험 기준이 설정될 당시 인용된 해당 성분의 임상이 경증 및 중등도로 설정된 까닭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증세가 너무 악화 상태라면 약을 쓴다고 해도 별반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보험 적용에서 제외한 것이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중증 이상의 폐섬유화 환자에서도 피르페니돈 성분을 사용해도 병세를 지연하는 등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급여기준은 경-중등도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 대한 피르페니돈 성분의 3상 연구 기준을 근간으로 한다.
피르페니돈 성분 치료제가 IPF 환자의 질병 진행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2개의 3상 연구인 CAPACITY 와 ASCEND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CAPACITY의 임상 설계는 FVC 50% 이상, DLco 35% 이상(FVC 나 DLco 중 하나는 90% 미만), 6분보행거리가 150 m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ASCEND 는 FVC 50-90%, DLco 는 30-90%, 6분보행거리 150m 이상인 경-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즉 폐기능이 좋은 초기 환자(FVC 90% 초과)나 진행된 환자(FVC 50% 미만 혹은 DLco 30-35% 미만)의 경우 연구에 포함되지 못해, 기존 연구결과는 이들에 대한 페르페니돈 성분 치료제 효과의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현재 이들에 대한 진행중인 위약대조 임상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초기~중증에서 페르페니돈 치료제 보험 적용, 근거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유럽에서 시행된 2개의 3상 연구(CAPACITY, ASCEND) 대상자들에 대한 추가 연구(Pooled Analysis) 결과가 최근 발표돼 좀더 다양한 환자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에 대해 시사해주고 있다.
다양한 임상 특성을 보이는 환자들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
Noble 등의 연구에서 ASCEND 와 CAPAITY 의 pooled data 를 이용해 FVC 를 80% predicted 로 나눠 보았을 때 세 군 모두에서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동일했다.
DLco 도 50 % predicted 로 나누어 세 군을 비교해보았을 때 효과는 동일했고, 6분 보행거리도 450m로 나눠 보았을 때 세 군 모두에서 효과가 같았다.
간질성폐질환연구회 제갈양진 총무이사는 "연구는 치료 시작 시점의 폐기능(FVC, DLco), 운동능력(6분도보거리)에 상관없이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동일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연구에 포함되지 못한 초기 환자(FVC 90% 초과)나 진행된 환자(FVC 50% predicted 미만 혹은 DLco 30-35% predicted 미만)의 경우에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FVC 80% 이상인 초기환자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가 유의미했다.
Albera 등이 CAPACITY/ASCEND 연구를 사후분석(post-hoc)한 연구에 따르면, FVC 80% 이상인 초기환자와 진행된(FVC 80%미만) 환자에서 52주간 질병진행 위험도는 동일했다.(hazard ratio 1.28, 95% confidence interval 0.85-1.92, p=0.2403).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FVC 가 80% 이상인 군에서 FVC